환상을 주사하는 병원들 "5분이면 V라인에 오똑한 코"

입력 2015-10-01 14:27  


(박해리 편집부 기자) "5분 시술로 5회 만에 5키로 감량하는 걸그룹주사", "수술없이 작은 얼굴 완성하는 윤곽주사", "V라인 만드는 턱 보톡스. 흰 우유 같은 무결점 피부 만드는 꿀피부 주사."

요즘 페이스북 등 SNS와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형 광고다. 수많은 종류의 주사 광고를 보다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부작용이 없고, 곧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간단한 시술이며, 효과는 놀라울 정도로 좋다는 것이다.

가격 또한 저렴하다. 1만원 대 부터 30만원 선 까지 다양하지만 보통 3~5만원 정도 선의 광고가 눈에 띄게 많다. 마치 밥 몇 끼 먹을 돈이면 연예인처럼 예뻐질 수 있다는 식의 환상을 심어준다. 주사에 대한 성분은 광고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평소 이런 광고를 유심히 봤던 A씨는 어느 날 큰 마음 먹고 압구정에 위치한 M피부과를 찾았다. 눈 밑 꺼짐 현상과 다크서클을 없애고 싶었기 때문이다. A씨는 “컨디션이 좋은 날에도 사람들이 ‘피곤해 보인다’고 말하는게 싫었다”며 “필러를 넣으면 나아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M피부과 의사는 A씨의 얼굴을 보고 필러 외에도 다양한 시술을 권했다. 자신의 피를 뽑아서 원심분리 후 필러와 섞어 얼굴에 주사하는 자가혈주사 10cc를 이마, 눈 밑, 팔자주름에 맞을 것을 추천했다. 또한 이마가 볼록 튀어나와 보이는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이마 끝에 보톡스를 맞아야 한다고 했으며 갸름한 턱을 위해 보톡스와 윤곽주사를 턱선 부위에 함께 맞을 것도 권했다.

부가세까지 포함했을 때 이 모든 시술의 가격은 총 264만원.

A씨는 예상보다 너무 큰 액수에 잠시 망설였지만 효과가 좋을 거란 의사의 말에 바로 결제하고 당일 날 시술 받았다. 얼굴전체에 마취약을 바르고 마취주사도 맞았다. 턱, 이마, 볼, 눈 밑 등 셀 수 없이 많은 부위에 주사 바늘이 들어갔다. A씨는 “마취를 해서 아프진 않았지만 마치 얼굴을 조각하는 느낌”이라고 시술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시술이 끝난 후 A씨의 얼굴은 다소 부어있었다. 붓기가 가라앉고 나면 예쁜 모습이 될 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얼음찜질을 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서서히 붓기가 빠지던 얼굴이 다시 부어올랐다. 뿐만 아니라 두드러기가 난 것처럼 발갛게 달아 올랐다.

깜짝 놀란 A씨는 병원을 다시 찾았다. 시술을 맡았던 의사는 “소독제 알레르기 반응 일 뿐 주사 부작용은 아니다”라는 답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A씨는 다른 피부과도 찾았다. 마취크림에 대한 부작용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두 병원 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A씨는 두번째 방문한 피부과에서 독한 스테로이드제를 처방 받아 먹고 있으며 알레르기 치료에 백만원 정도의 진료비를 또 지불해야 했다.

B씨는 다른 부작용으로 고생한 케이스다. 평소 얼굴에 살이 많아 걱정인 B씨는 강남의 C피부과에서 턱선을 갸름하게 해준다는 윤곽주사를 맞았다. ‘윤곽주사 2만 9천원’이라는 광고를 보고 방문했지만 이는 1cc당 가격일 뿐이었다. 기본 패키지가 10cc 씩 일주일 간격으로 세번을 맞는 것이다.

의사는 “얼굴 살이 많은 편이라 턱 아래와 턱 윗부분을 함께 맞아야 한다”며 두 부위에 10cc 씩 총 3회 분량인 180cc를 권했다. B씨는 너무 많은 양이 아닐까 고민했지만 그만큼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68만원을 결제하고 시술받았다. 시술 결과는 처음에는 만족스러웠다. 거울을 볼 때마다 턱이 한결 갸름해진 느낌이 들었다. 붓기도 하루 만에 가라앉았고 큰 아픔도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였다. 부작용이 없다는 의사의 말과 다르게 B씨는 윤곽주사를 처음 맞고 2주 후 부터 하혈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생리주기가 빨라졌을거라 생각했지만 하혈이 3주 이상 지속되자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전화를 했지만 의사와 통화하기는 힘들었다. 진료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관계자는 “원장님이 자리를 비웠다”고 말하며 “우리 병원 직원들도 윤곽주사를 맞은 후 다들 하혈을 했다”며 부작용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렵게 통화한 의사의 답변도 B씨를 실망 시켰다. 의사는 “간혹 그런 부작용을 보이는 환자가 있지만 결국 본인 주기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사 성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하혈이 5주간 지속되자 B씨는 산부인과를 찾았다. 산부인과 의사는 “생리가 불규칙적인 환자들이 다양한 약물주사를 맞거나 피부과 약을 먹을때 몸에서 하혈로 반응할수도 있다”며 “본인이 생리불순이 있다면 이러한 시술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며 B씨에게 약을 처방했다.

B씨는 “부작용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주사를 맞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술을 후회했다.

이어 그는 “의사조차도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고 효과만 강조하며 시술을 권한다”라며 “효과도 생각만큼 좋지도 않아서 주변 친구들이 이 주사를 고려하고 있다면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끝) /su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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